노사분규가 대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도 노사정 위원회의 탈퇴와 5월의 총파업투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의 증가 등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되찾은 시점에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외형적으로 노사정위원회의 파국위기를 의미하며, 본질적으로는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개혁과 경제정책이 위기국면에 들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이러한 위기는 예고된 것이있다.

한국적 병폐를 수술한다는 이름 하에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그리고 임금삭감으로 상징되는 조치들이 무차별로 진행되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틈타 새로운 노동통제나 기본권 유린의 수단으로 이를 악용하였다.

특히 국가적 경제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피할 수 없이 받아들였던 편의적 기법들이 점차 원칙으로 자리잡는 신권위주의적 상황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한 국가적 행정영역에는 생산성이나 경제적 편익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행정의 공익성을 무시한 채 개혁의 이름으로 그 중요성을 가볍게 보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개혁의 참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와 같은 현장의 분위기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총파업과 대 정부 총력투쟁을 내걸고 강력히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상황의 호전과 무관하게 노동조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가 해고의 수단으로 그리고 연봉제가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현실은 고통분담의 노사정 정신과는 애초 거리가 멀다.

경제적 지수들의 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가 노동현장의 계속된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실업이라는 더 큰 사회적 위기를 만들고 있다.

 국민들이 양대 노총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선뜻 총파업 방침에 찬성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시각이다.

무모한 개혁과 마찬가지로 총파업투쟁 또한 국가적 위기를 재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양대 노총에게 대결보다는 양보와 절제 그리고 정책의 변화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