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규명 조사가 마침내 본격화될 모양이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2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정밀조사를 위해 총 40개 시험항목을 확정한 것을 기초로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각종 시험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원인이 밝혀지면 자연 예방책도 나올 수 있을테니 일단 기대를 걸어 본다.

 자동변속기 차량 급발진 사고는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된 것만 2백55건이었고,올들어 벌써 50건이 넘게 일어나는 등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껏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것은 물론, 적극적인 예방대책도 없다. 당연히 곳곳에서 재산 및 인명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러시를 이룰 정도가 됐다.

 급발진 사고는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도 사회문제화 된지 이미 오래다. 그들은 별 성과는 없었어도 사고원인 규명작업에 적극적인 한편,예방대책에도 심혈을 쏟았다.

이미 80년대부터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주행이나 후진기어로 변속이 되지 않는 쉬프트 록(Shift Lock)장치를 권장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한다. 원인을 모르고 예산도 없다는 이유로 아무 대책도 못세우는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제 우리도 원인규명에 나선 건 환영할 일이지만, 그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건교부는 각종 시험을 오는 8월까지 진행, 분석을 거쳐 10월중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걸로 기대하지만,미국 일본 등의 예를 볼 때 확실한 원인이 밝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에 하나 밝혀내지 못하면 예방대책이 또 미뤄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급발진 사고는 하루 한 건 이상이 발생할 만큼 그 빈도가 한층 잦아지고 있다. 마냥 확실치도 않은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원인규명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의무화하는 등 예방대책이 보다 시급하다. 자동차업계 역시 사고예방을 위한 연구 개발에 힘써야함은 물론이다. 이웃 집 잔치만 바라며 사흘 굶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