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는 징병제도가 존속하는 한 근절될 수 없는 불치병인가. 국방부와 검경의 2차 병무비리 수사결과 이번에는 멀쩡한 장병을 뇌물을 주고 중증 질환자로 둔갑시켜 전역을 하게하고 현역입영대상자를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4월 1차 병역면제비리에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들이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준데이어 중산층 및 하류층도 군의관들을 매수하는등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병무비리에 한해서는 「길만 있다면 어떻게든 빼내겠다」는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1차때에 평균뇌물액수가 2천~3천만원 이던것이 이번에는 4분의1 수준인 5백~7백만원으로 크게 떨어졌지만 비교적생활에 여유가 없는 무직자나 노동자 우유배달원들까지 자식의 신성한 국방의무를 돈으로 맞바꾸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데 놀라움을 금할수가 없는것이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우리사회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되는 계기여서 더욱 더 착찹한지 모른다.
선진외국에서는 왕족을 비롯한 상류층 인사들이 자녀를 전쟁터에 내보내 나라 지키기에 앞장서는 것을 긍지로 여기질 않는가.
국방부의 반복되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사회제도상으로 풀어보는 방법도 도입해봄직 하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이 군대를 가지않은 사람에 비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회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일반 기업에서도 군복무 기간을 국가에 봉사하고 공동생활의 기율을 익힌 점을 인정,호봉에 가산해 보자.
이를위해 범국가적인 노력과 함께 병역의무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도록 더욱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년기 복무기간이 결코 인생의 공백기가 되지않도록 군당국은 병영문화 개선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끝으로 이번 수사에서도 청탁자 가운데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대기업임원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모두 빠져 병역면제 때와 마찬가지로 「깃털수사」에 그쳤다는 혹평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숨김없는 공개자세가 아쉽기만 하다.
길만 보이면 빠진다(?)
입력 1999-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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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7-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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