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고위직 공무원의 사무실만을 골라 털었다는 어느 절도범의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범인 박철우가 민원인을 가장하고 점심시간에 빈 사무실에 들어가 금품을 훔친 자치단체가 전국에 걸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담한 범행수법도 놀랍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발상」이다. 그는 경찰에서 피해자들이 남의 돈을 받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예측이 맞았는지 그는 「털었다」고 하는데 「털렸다」는 신고는 3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고위직 서랍털이라는 「좀도둑질」이 흥미있는 가십거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구조를 반영하는 또하나의 「사건」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고관집 털이범 김강용의 범행과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번 절도사건은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불신을 드러내 준다.
우선 범인 박의 주장만 제기됐을 뿐 정확한 피해자가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일반적인 분위기는 박의 말을 믿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불특정 다수의 고위공직자 서랍에는 으레 「잃어버려도 신고도 못할 돈봉투」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추측이 정상으로 통하는 것이다.
2억원이 든 손가방을 잃어버린 어느 국장의 해명이 잘 먹혀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날 고위층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뿌리깊어진 것은 툭하면 터져나오는 뇌물사건 못지 않게 과거 이런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직하지 못하게 일을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탈옥수 신창원, 고관집털이 김강용이나 대도라 불렸던 조세형사건에서 보듯이 수사당국은 고위층·부유층과 관련된 의혹을 밝히기는 커녕 문제를 감추는데 급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일견 「흥미롭게」바라보는 서민들의 시선의 밑바탕엔 이같은 불신과 부정직에 대한 냉소와 원망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또한 타락한 공직자들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염원도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박철우가 털었다는 어느 사무실 서랍에서 얼마의 돈봉투가 나왔으며, 그 돈은 출처가 어디인지 명명백백하게 가리고 공개해야 한다.
불신의 허점 노린 절도범
입력 199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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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8-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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