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금슬좋은 부부로 오랫동안 살자는 부부간의 「백년해로」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부간의 이혼과 간통이 만연하고 극단적인 살인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등 우리의 전통적인 부부관계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를 이탈해 간통을 저지르고 이를 안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다 못해 상대방을 살인하는 극단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요즘 세태는 인명경시풍조에다 황금만능주의가 어우러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교교육이 붕괴된지 이미 오래고 이젠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지던 가정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요즘들어 수원가정법률상담소에만도 이혼과 배우자의 외도 등을 상담해 오는 전화가 한달에 무려 5백여건에 달하는 등 매년 급속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온전한 가정을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부부사이」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산업화로 개성중시 현상과 자기편의주의적인 가치관이 팽배해지면서 부부사이에 의사소통이 결여되고 결국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부부싸움는 칼로 물베기」라는 우리의 속담이 무색해지고 결국 배우자를 살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태는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노년에 이혼하는 사례가 급증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보더라도 이런 현상은 얼마후면 우리에게도 닥치게 될것이다.
더우기 최근 경제위기로 부부간의 갈등이 깊어져 가정이 파탄나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보게된다. 실직한 남편,생활고에 허덕이는 아내가 심한 갈등을 느끼다가 갈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자포자기하게 되고 결국 「이혼으로 이르는 길」에 접어드는 것은 사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뒤틀린 메스미디어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간성은 황폐해 지고 「가정」보다도 「개인」이 중요하다는 뒤틀린 인식이 확고해 지는 요즈음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것을 이룰수 있다는 「家和萬事成」다섯글자가 정말 소중하게 와닿는 요즈음이다.
백년해로가 무색해진 세상
입력 1999-09-18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1999-09-18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