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 대한 애도와 장례를 이유로 각급 남북관계의 연기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한은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성명에서 “정몽헌 회장선생이 형제들의 곁을 떠나간 형편에서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부터 조의 기간을 포함하여 일정한 기간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6일로 예정된 4개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과 7∼8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을 정 회장 장례를 이유로 들며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북한도 정 회장의 급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남북간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재조정 작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금강산 관광의 임시중단과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재개시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중단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
 
언제까지 중단 또는 연기하자고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재개시점을 판단할 때까지 남측은 관망만 해야 하는 등 남북관계가 2001년 제5차 장관급회담의 중단 때처럼 장기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측은 아태평화위 성명에서 “정몽헌 회장선생의 뜻하지 않은 사망은 북남관계 발전을 달가워 하지 않는 한나라당이 불법 비법으로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고 정치공세에 나선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현대는 5일 평양에 팩스를 보내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미 관광객 모객이 완료된 만큼 관광 지속을 북측에 요구했다.
 
정부도 이날 낮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간 합의일정은 합의대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일단 강조한 뒤, 다만 시점을 내주로 늦춰 발효통지문 교환과 실무접촉을 갖자고 역제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말해온 것처럼 단순히 정 회장의 장례식 때문에 남북관계를 잠시 미루자는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지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