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굉음과 함께 예천 비행장 활주로를 이륙한 F-5F전투기가 상공으로 고도를 잡기가 무섭게,정확하게 이륙 3분57초만에 갑자기 엔진 굉음이 뚝 끊기면서 지상으로 곤두박질 쳤다.
마치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장면이 철통방위를 자랑하던 우리 공군에서 연출된 것이다. 비상탈출을 시도하던 부조종사는 숨지고 조종사는 겨우 목숨을 건졌다.
사고원인이 전투기에 맹물이나 다름없는 연료를 싣고 비행하다 엔진이 멈췄다는 자체조사를 접하면서 국민들은 엄청난 자괴감과 함께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한강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는등 지난날의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겪은 국민들로서는 제법 단련된(?)강심장이지만 물먹은 전투기사고는 상식을 뛰어넘는데다 군대라는 특수조직임을 감안하면 더욱 파문이 클 수 밖에 없다.
군이 발표한 사고경위에 대해 애써 이해하려 해도 이해 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듯해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전문가들은 유류저장 탱크 안의 항공유가 전투기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다단계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지 않았다면 이런 원시적인 사고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료탱크에 다량의 지하수가 유입됐다는 사실이나 탱크 물빼기 작업을 1주에 한 두차례밖에 하지않았고 급유대와 급유차의 여과장치가 모두 고장난 상태였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공군이 밝힌 해명 내용들이 정말 사실일까. 만일 이런 발표내용이 사실이라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사고 전투기와 같은 연료를 공급받고 이륙하지않은 7대의 전투기와 유조차에 남아있던 연료를 조사한 결과 불이 붙지않을 정도로 수분함량이 많았다니 피해가 사고기 1대로 끝난것만도 천만다행 아닌가.
더구나 공군은 자체조사를 마치고 부대 관계자들을 보직해임하거나 구속하고도 상부에 보고를 미뤄와 사고원인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군기해이,직무유기,노후된 시설이 맞물려 빚은 총체적 참사였던 것이다. 정부는 즉각 재조사하고 낱낱이 공개하여 의혹을 해소시키고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전투기에도 물먹인다
입력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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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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