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에 비해 주한 미군부대 주변에서 농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무엇보다 부대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으로 논밭이 심하게 오염돼 농작물 경작이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주한 미군이 장비연료용 등으로 사용중인 기름탱크는 모두 2천여개나 되지만 대부분 50~60년대 이후 설치돼 매우 낡은 상태다.

군 관계자들은 전체 기름탱크의 30% 이상인 7백여개가 심하게 파손 또는 부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니 주변 토양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미군측은 예산 타령만 하며 방치하고 있다. 미국 본토의 경우 환경관리청(EPA) 기준에 맞춰 군사용 유류저장 탱크를 97년까지 모두 교체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부작용은 그 뿐이 아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으로부터 일부 기지와 시설을 돌려받고 있지만,기지 내부 및 주변 환경오염에 대해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없어 막대한 처리비용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행정협정(SOFA)에 “제공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해야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평등 SOFA가 끝까지 문제인 것이다.

 수차 강조되는 일이지만 불평등 SOFA로 인한 부작용은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미군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권이 보장 안돼 제대로 수사를 못하는가 하면,주한미군용 수입 농산물에 갖가지 병해충이 묻어와도 이에 대한 검역이 명기돼 있지 않아 손을 못쓰는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물론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갖가지 문제조항 개정을 요구,몇차례 협상을 벌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97년 11월부턴 미국측 일방 통보로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답답한 일이다.

 국제관계는 마땅히 호혜적 동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록 혈맹이나 동맹관계라 해도 상호 불평등 소지가 있으면 진정한 선린은 이뤄질 수 없다.

미국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공연히 쓸데없는 반미감정을 고조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미국은 문제조항 개정에 적극 임해야 한다. 당연히 낡은 유류저장 탱크 부작용 등도 즉각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