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년만에 벌써 나라 안팎에서 흥청거림이 눈에 띠고 밀레니엄 연말준비로 떠들썩하다. 휴지조각 같았던 주식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아파트와 땅값이 들먹이며 강세로 돌아서는등 언뜻보면 우리경제 전반에 걸쳐 IMF의 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다.

정부에서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국가신용등급도 머지않아 종전으로 돌아간다고 호들갑이다. 유흥가와 백화점은 북새통이고 골프장마다 평일까지 초만원사태를 빚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몇년이고 기약도없이 길어질것만 같았던 외환위기 국면이 이처럼 빨리 극복될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일 아닌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줄 모르던 소비지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회복되더니 과소비양상까지 보이고 있으니 오히려 걱정이다.

정말 우리경제가 정부의 발표대로 그만큼 좋아졌고 대외경쟁력도 갖춰졌는지 자못 궁금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느낌도 그러한지 묻고 싶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지수 동향'에 따르면 상위 20%의 한달 평균소득은 하위 20%보다 무려 5.3배에 달해 외환위기 직전의 4.4배에 비해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것으로 집계됐다.

경기회복의 혜택이 골고루 미치지 않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가속화한 셈이다. 물론 자산격차는 소득격차보다 더 크게 벌어졌을것은 당연지사다.

 더구나 소비증가율(17.9%)이 소득증가율(8.5%)의 2배에 이르고 이에따라 흑자율이 줄어들어 가계와 나라경제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저축이 늘어나는데 우리는 되레 저축이 감소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외식비 장신구 등 당장 지출하지않아도 되는 선택적 소비 증가율이 전 계층에서 고루 나타나고 있어 정말 걱정스럽다.

기업들은 물론 관공서까지 고급 호텔이나 대형음식점에서 초호화판 '밀레니엄 망년회' 를 준비하느라 혈안이 되고 해외여행을 앞다퉈 나서야 할 때인가.

가파른 소비지표는 우리 경제를 결과적으로 불안하게 하는 근원이 될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