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金宇中) 대우 회장이 대우 임직원들에게 작별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임직원과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이 서한에는 “대우의 꿈과 이상이 이젠 국가의 짐으로 남게 됐으며 남은 삶은 가시관처럼 아프게 살아갈 것”이라고 회한의 심경을 토로하며 대우의 회생을 기원했다.
`대우신화'를 만들어가며 재벌랭킹 2위로까지 도약,많은 젊은 기업인들의 우상이기도 했던 그의 마지막 작별의 글을 접하는 우리는 안타까움과 함께 씁쓸한 감회를 느낀다.
김회장은 60년대 이후 우리의 경제개발시대를 상징해온 인물이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사업의욕과 아이디어 성실성,부지럼함 같은 덕목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준게 사실이다.
샐러리맨 출신으로 자본금 5백만원으로 시작한 중소기업을 앞세워 수출신화를 일궈낸 그는 한국경제의 성장사와 맥을 같이 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는 시대와 경영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차입에 의한 몸집 불리기와 밀어내기식 수출, 그리고 돌려바꿈식의 `자전거 경영'을 거듭하다 끝내 좌초하고 말았다.
겉으로 화려했던 그의 성공은 이제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되어질 수 밖에 없는 한갓 모래성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그에 대한 평가는 물론 아직 이르다. 그러나 그의 실패는 당장 우리에게 몇가지 생생한 교훈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대마불사 신화의 붕괴가 그 첫째다. 기업의 생명은 수익성이며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과 기업인의 운명은 퇴출될 수 없으며 확장 제일주의의 차입경영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는 역사적 교훈도 함께 남겼다.
이는 국민적 공감속에 추진되고 있는 재벌개혁이 가야 할 지향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재벌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새로운 천년의 시대,제2의 한강의 기적을 실현하려면 이에 맞는 새로운 기업 체제가 요구된다.
단순히 발상의 전환 정도로는 따라갈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재벌 개혁은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라는 것을 김회장의 작별 편지는 말해주고 있다.
김우중회장의 작별 편지
입력 199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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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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