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분통터질 일이 지난 5일밤 경기도 파주에서 일어났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주민들은 새벽 1시 30분께 느닷없이 울려퍼진 마을엠프 싸이렌 소리에 깨어나 영문도 모를 `긴급대피'명령을 받고 간신히 옷가지만 걸치고 집을 튀쳐나와 추운 밤길을 달려 대피소로 향했다.

한참이나 지난뒤에야 공무원들의 설명이 있었고 이내 비상해제 소식을 전달받았다. 한밤중 소동의 전모를 뒤늦게 알게된 주민들은 지금도 마을복판의 미군부대와 행정당국을 원망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한밤중의 대피소동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우리의 허술한 위기대처 능력과 미군당국의 무성의는 두고 두고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미군당국은 지난 4일 미국인 마약 범죄자의 `캠프 에드워드 폭파설'을 입수하자마자 정밀수색작업에 이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밤 주한미군과 군속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공병장비 등 각종무기류까지 인근 부대와 영외로 옮겨놓고도 한국군이나 파주시등에는 한마디 통보나 상황설명조차 하지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파주경찰서로 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파주시당국은 경기도에 보고하고 결심받는데 무려 6시간이나 허비한뒤인 5일 새벽에야 주민대피령을 통보했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만약 부대폭파설이 실제상황으로 이어졌다면 죄없는 주민들은 꼼짝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공무원 경찰 소방대원 등의 인력과 각종장비 및 차량까지 대규모로 동원했으면서도 정작 우선 순위인 주민대피를 가장 늦게 조치한 꼴이니 이 보다 한심스런 대응이 어디있겠는가.

 물론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어도 이번 사건은 분명 우리에게 몇가지 의미를 시사하고 있어 되짚어봐야 할 것같다.

우선 중앙정부차원의 한·미공조뿐만아니라 지역단위 공조체제의 확립이 시급히 요구되는 한편 행정당국의 인명우선 원칙이 일상생활화 되어야 겠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주민대피를 외면한채 행정보고에만 급급했었다는 사실은 분노차원을 넘어 허탈감만 안겨주고 말았다.

이러고도 당국은 주민들로부터 신뢰받기를 기대하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