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생들간에 제2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능시험에 제2 외국어가 선택과목으로 추가된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개설된 제2 외국어는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6개 과목이다.

전국의 1,136개 인문고중 제2 외국어를 3과목이상 개설한 곳은 66개교에 불과하고 한과목만 개설한 곳도 전체의 44.6%인 507개교에 이른다고 한다.

두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학교도 남녀, 혹은 인문, 자연계열별로 과목을 지정해놓은 곳이 많아 실제로는 1과목이나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제2 외국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외국어 과목에 대한 지나친 편중선호경향이다. 일례로 서울 S고의 경우 전교생의 70 내지 80%가 일어와 중국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인 바 특히 일본어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어는 어순이 우리말과 같아 다른 외국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수 따기가 용이한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청소년들은 일본의 오락문화에 친숙하여 일본어가 그다지 생경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경제의 급부상도 중국어 선호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어, 중국어 전공교사를 확보하지못한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편 인기없는 독일어, 불어교사들의 위축과 이탈 심화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겨울에만 독일어, 불어 전공교사 80명이 영어를 부전공으로 하기위한 자격연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이 급부상하면서 유럽지역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 일본등과 함께 여전히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의 하나이다. 또한 미래세계는 종래 미국 중심의 단극화시대에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다극화시대로 이행된다.

수요감소란 어설픈 경제논리 때문에 독일어, 불어자원이 사라진다면 이는 `빈대 때문에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빨리 빨리'와 `친구따라 강남가기', 그리고 `한건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유일한 희망은 인적자원이다.

수요자중심 교육도 좋고 세계화시대에 부응하는 교육도 좋다. 기존의 교육틀을 바꾸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개혁을 볼모로 더 이상의 졸속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교육개혁은 더딜수록 좋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