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사용하도록 정부가 지원한 자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벤처기업 18곳에 대해 세무조사한 결과 기술개발 지원자금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하거나 재테크에 사용하거나 혹은 5년전에 구입한 기계를 최근에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착복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민들이 어렵게 납부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작년말 현재 벤처기업수는 5천개를 돌파, 벤처기업의 생산총액은 20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5%를 차지하고 고용효과도 10만명을 능가하고 있다.

정부의 총력적인 벤처육성정책 덕이었다. 그결과 수백억, 수천억의 자산가로 변신한 벤처귀족들도 양산되었다.

이에 고무된 정부는 장차 벤처부문의 산업기여율을 18%로 끌어 올리고 벤처기업수 4만개, 고용인원 120만명에 이르도록 집중지원하는 한편 코스닥과 제3시장을 벤처기업 지원과 연계해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국이 온통 벤처열풍으로 들끓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을까. 이는 한마디로 잘못된 정부의 벤처정책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국민세금을 벤처기업에 쏟아 붓는 한편 금융, 세제, 공장입지, 판로, 인력면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그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벤처기업확인제도 시행하였다. 옥석을 구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벤처기업 기준을 정하고 주무부처로 하여금 심사케 하였으나 쇄도하는 벤처확인신청에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이 옥석을 구분하기란 불가능했다.

효과적인 관리감독은 언감생심이다.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확인만 받으면 그순간부터 돈방석에 오르기 때문에 벤처기업들은 자연 잿밥에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다.

중소기업청,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지자체 등이 상호간에 아무런 연계없이 경쟁적으로각양각색의 벤처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기구가 없어 중복투자 및 혈세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작년연말에 4천여개의 벤처기업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체의 66%가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로 나타났다.

또한 코스닥 등록과 인터넷 주식공모 등을 통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기려는 사이버벤처도 많았다. 정부 스스로 사이버벤처를 육성한 것이다.

 이번 벤처자금 횡령 및 유용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부가 지원한 벤처기업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철저한 조사와 병행하여 잘못된 벤처정책의 대수술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