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경제수석이 2일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이 여신상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관치금융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이수석의 발언이후 금융기관들이 당혹해 하고 있는것은 발언의 진위가 애매모호하다는 점도 있겠지만 이보다도 금융기관들이 기업신용도에 따라 대출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같은날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10개 은행장들을 급히 불러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는데도 일부 은행관계자들의 보신주의로 우량 중소,중견기업들까지 애로를 겪고 있다”며 “우량 중견,중소기업의 신용대출이나 무보증 회사채 인수 등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해 이역시 관치금융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했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관계자들의 이같은 잇단 발언은 수익성과 위험관리라는 선진금융모델과 근본적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 하락 등 금융기관을 더욱 부실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불안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금융정책에서 파생되었다. 가령 지난해 대우사태로 한국·대한·현대투신 등 주요투신사들이 엉망이 된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질질 끌어 사태를 악화시켰다.

만일 정부가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투신 부실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했다면 금융시장이 안정되었을 것이고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에 이토록 인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기업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하라는 발언도 그렇다. 은행들은 이미 기업에 돈을 빌려줄때 `질적 평가' 항목에서 최고경영자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해 대출금리에 반영시키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경영자를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수석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자율적인 심사기능이 오히려 왜곡될 소지를 안고 있다.

 우리의 금융기관이 부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금융기관 스스로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부실을 자초한 것도 있지만 그동안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입김을 작용해 이것이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한 경우도 많았다.

정경유착으로 인해 금융기관은 압력에 못견디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대출을 해주다가 그것이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남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제 정부는 금융정책의 큰 틀만 만들어 주고 나머지는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또다시 관치금융이 반복되면 우리경제는 깊은 수렁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