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자금난이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다. 이미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며 중견기업들이 부도 일보직전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사채시장은 마비됐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제2의 금융위기가 목전에 다다랐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투신,종금권의 자금회수가 거듭되고 있고 합병을 앞 둔 은행권의 대출회피증까지 깊어지는 등 금융시스템이 위험한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호재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6~7개의 재벌그룹의 추가 워크아웃설과 흉흉한 부도설이 개입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금융위기설에 지나치게 둔감한 모습이다. 이런 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지만 경제팀의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는 우리 경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작금의 우리 금융시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철저한 불신과 냉소로 일관되고 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이 터지면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미봉책만 내놓아 금융위기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비근한 예가 대우 담보 CP(기업어음) 문제다. 당시에 사실상 정부의 강압에 의해 금융기관들이 이를 매입했지만 이제와서 정부가 80%의 가격으로 매입한다고 결정해 금융기관에서는 왔다갔다하는 정부의 정책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16일 정부가 4~5개 은행과 투자기관을 주축으로 10조원의 채권기금 조성을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을 모으는 것도 어렵거니와 부실채권을 구입한 이후 발생하는 부실에 대해서 과연 누가 보장을 할것인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금융기관을 달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보증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럴 경우 부실기업을 구제하는 꼴이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문제가 생길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언제나 뒷북치기 정책이었다. “괜찮다,괜찮다”하다가 막상 일이 터지면 자금시장 안정책을 발표하느니 법석을 떨지만 그것도 단기정책에 불과해 금융시장 불안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느끼는 `부도괴담'의 공포에서 자유롭게 하려면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고, 이미 결정된 방안은 신속하게 집행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면 이제 더 미루지 말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라도 자금조성에 나서야 할것이다.

또 미적거리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