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허리띠가 풀린 것인가.

IMF이후 억제됐던 해외여행 수요가 올들어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최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연일 북적댄다는 소식이다.

그런 가운데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그러거니와 씀씀이가 헤퍼진 것도 문제다.

여행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이해가 간다.

여행수지가 최근 적자를 냈다고 해서 앞으로 적자행진이 계속되리라 속단하는 것은 성급하긴 하다.

하지만 여러 지표와 최근의 사회적 현상을 보면 “풀어진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올 상반기 김포공항을 통한 출국자가 약 372만명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19%가 늘어났다.

실제로 휴가철을 맞아 대한항공의 경우 호눌룰루의 예약률이 121%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뉴욕(119%), 오클랜드(119%), 홍콩(107%) 로마(107%) 등 주요 노선이 이미 초과 예약돼있는 상태다.

뿐만이 아니라 소비재 수입도 크게 늘고 있는데 문제는 곡물류나 식.생활용품 등 꼭 필요한 물품보다 화장품.승용차.TV.골프채 등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공항에서 값비싼 양주를 들여오다가 적발된 건수만 해도 작년보다 5배이상 늘었다.

해외여행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세계화,개방화시대에 건전한 해외여행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소비재 수입 역시 과거처럼 무조건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우리의 형편과 경제여건에 비춰 지나침이 없느냐 하는 점이다.

데이비드 코 IMF서울사무소장은 엊그제 “한국은 앞으로 1년동안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경제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도덕적해이를 경고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거기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된 반면 원유값 등이 치솟으며 수입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고,여유있는 계층이 “내돈 내가 쓴다”는 식으로 나가면 그 결과는 불문가지다.

이는 오래전도 아닌 바로 IMF 직전의 모습이다.

경제는 아직도 취약하며 개혁은 완성되지 않았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다 하나 단기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일이라도 생기면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분수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장밋빛 청사진이나 선심정책을 남발해 국민들을 공연히 들뜨게 만드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