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엊그제 IMF관리체제 3년만에 처음으로 실업율이 외환위기 이전수준인 3%대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런 때문인지 소비수요도 급속히 살아나고 있다. 본격적인 피서철로 접어든 요즈음 전국의호텔, 콘도 등 고급 숙박시설은 동이 나고 에어컨과 선풍기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란다.

또한 초, 중등학생들의 조기유학과 언어연수붐 때문인지 올들어 해외여행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800cc급 경승용차 판매비중은 98년 25.8%에서 99년에는 15.4%로 급락한 반면 2000cc급 이상의 중대형차 비중은 같은 기간중 45.5%에서 54.8%로 증가하였다.

아파트도 100평 이상의 호화주택은 분양광고가 나가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 40인치 이상의 TV나 600리터급 이상의 대형 냉장고가 훨씬 잘 팔린단다. 대형 신드롬이 판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최근 민간소비동향'에 따르면 외국산 승용차의 경우 올 1~5월중 총 1억3,125만 달러 어치가 수입돼 지난해보다 154%가 늘어났고 고급의류의 수입도 전년 대비 111.5%가 늘어났다.

일제등 외국산 가전제품 수입도 전년에 비해 82.5%가 증가했으며 육류, 담배, 귀금속, 골프용품, 주류 등의 수입도 각각 50~80%씩 늘어났다.

과소비가 우려될 정도로 경기가 되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약을 과하게 사용하면 독이 되듯이 지나친 과소비열풍은 필연적으로 병을 부르게 마련이다.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00~1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목표하고 있으나 지나친 수입급증때문에 올 상반기 흑자폭은 44억 달러에 불과, 목표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등 수입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어설픈 개혁정책때문에 공공요금의 동시 다발적인 인상이 예고되어 하반기 물가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과소비열풍의 이면에 가려진 서민경제이다. 고급 대형 백화점들이 판매급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남대문시장을 비롯한 재래시장 상인들은 매기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재래시장 상인들은 “IMF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간 중산층이 급속히 해체되는 과정에서 부가 저소득계층으로부터 고소득계층으로 이전되는 등 경기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된 때문이다.

극소수 가진 자들의 소비진작을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했던 정부의 발상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기양극화현상이 더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