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일고있는 반미감정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특히 주한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무단 방류한 사건과 관련해 미8군사령관이 서울시를 사과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해 이같은 감정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당초 여론에 밀려 사과를 하려고 했던 미군측이 사과의 주체와 사과문의 내용등에 대해 서울시와 의견차를 보여 사과방문계획을 아예 취소했다니 미군측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주한미군이 부대를 방문하는 기초단체 공무원 및 한국군 관계자, 경찰등에 부대출입증을 발행해 주면서 가족관계를 포함한 신상과 통장잔고 등 민간인 신원진술서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신원진술서 작성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미군의 이같은 요구로 미군공여지 반환문제, 도로개설 등을 논의하려는 공무원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기무부대·국정원·경찰 외사계 직원 등이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니 도대체 주객이 전도돼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우리가 주한미군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문을 품는 것은 도대체 이들이 왜 이런 자세로 나오는가 하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일본 오키나와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불고 있는 반미감정에 대해서는 주일미국대사는 물론 G-8 정상회담에 참석한 클린턴 미 대통령까지도 일본 국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쩔쩔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도 우리에는 유독 오만방자함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로 한국내 반미감정은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난주 김대중대통령이 LA타임즈와의 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한국내 대미 불만과 비판의 기류를 강한 톤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도 사회전반에 심각할 정도로 고조되어 있는 반미감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군병사의 한국술집 여종업원 살해사건, 화성군 매향리 미군사격장 사건, 독극물 한강 무단방류사건, 경실련의 SOFA규정 헌법소원제기 등 그 어느때보다 미국에 대한 감정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미국측은 정확하게 인지하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들이 반미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어쩌면 이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일본에 비해 경제적인 면에서 조금 못미치기는 하지만, 그러나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무척 강하다.

미국은 이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한국민을 우롱하고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동을 접고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통해 양국간의 관계가 동반자적인 위치에서 지속되길 미국측에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