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선정성과 폭력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청률 확보라는 명분아래 민영방송이건 공영방송이건 가릴 것 없이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오락프로 심지어 뉴스,시사프로 등에서 조차 앞다투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마구 내보내 자녀들과 TV보기가 겁나는 것이 우리 방송의 현주소다.

중,고등학교 나이의 미성년 가수들이 가슴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의상에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이고 야릇한 몸짓으로 춤을 추는가 하면, '성인채널'의 폐해를 담은 시사프로그램에는 보기에도 민망한 장면들이 여과없이 방영돼 성인채널보다 더 선정적인 프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정도로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방송사들이다.

공영방송에 조차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판을 치고 벗기기 경쟁에 뛰어들 정도니 민영방송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했으면 장관이 나서서〃지상파 방송의 선정성,폭력성 등이 사회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이제 장관직을 걸고라도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보면 방송으로 인한 폐해가 이제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장관의 발언이 있던 2일 밤, 두 민간방송의 심야프로는 언제 장관이 그런 발언을 했냐는 듯 선정성은 전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장관이 직접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장관의 발언때문이 아니라도 이제는 방송사 스스로 방송의 순기능에 대한 뼈저린 자각과 함께 선정,폭력성 수위조절에 나서야 한다. 지난 3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송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시청률확보에 급급해 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방송사들을 규제하는데는 실패했다. 기껏해야 제동을 거는 것이 주의나 경고조치 정도로 오히려 경쟁률이 심화되는 현상을 빚었고 TV에서는 여전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방송사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의 질을 높히기 위한 정화작업에 나서야 한다. 장관의 경고때문이 아니라 과연 방송으로 인해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발전하고 후퇴하는지 꼼꼼히 따지고 국민의 정서를 해칠 정도로 잘못된 프로그램이라면 과감히 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 심의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선정과 폭력이 방송에서 난무한다면 그동안 방송위원회는 직무를 유기한 것과 다를바 없다. 방송위원회는 이제 방송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저질 방송에 대해서는 주의와 경고차원이 아닌 좀더 강도높고 구체적인 제재를 가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