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돈세탁방지법'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불법 조성된 자금의 `돈 세탁'과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자금 세탁 처벌법'과 가칭 `금융거래 보고법'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정부가 이같은 법을 도입하는 것은 내년 1월 2단계 외환자유화가 실시되면 범죄와 관련된 검은 돈의 국내외 유출입이 더욱 빈번해 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 법안에 따르면 조직범죄,거액의 탈세등 경제범죄와 공무원 뇌물범죄, 해외재산도피 등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되면 재산몰수와 함께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이법을 제정키로 하면서 핵심사안인 불법 정치자금의 세탁부분을 제외키로 한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재경부는 “원활한 입법을 위해 정치자금 세탁부분은 이번 법안에서 제외 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입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지난 97년 한보 비자금사건 이후 정치자금의 세탁행위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자금세탁방지법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정치권의 심한 반발로 심의조차 받지 못한채 자동폐기된 적이 있었다.

정치권이 말로만 자금세탁 방지법을 떠들면서 실상 자신들의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하게 하는 철저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었다.

이번 법안에 불법정치자금 세탁부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권이 심하게 타락한 첫번째 이유를 검은 정치자금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깨끗하지 못한 돈으로 정치를 하다보니 올바른 정치를 펼수 없고 그러다보니 이권에 개입하는 등 정치가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이 올바른 돈이라면 정치권이 굳이 이 부분을 자금세탁법에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상당액수의 정치자금이 떳떳하지 못한 돈이라는 것밖에는 안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돈세탁 방지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 뿐이다.

그런면에서 자금세탁법이 국회에 상정되는 것만 해도 상당히 발전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치자금도 이번 법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투명하지 못하면서 사회전체가 투명하길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자금이 이번 법안에서 누락된다면 국민들의 실망은 더 해질 것이다.

깨끗한 정치를 외치는 국회의원들이라면 오히려 이부분을 포함시키도록 미적거리지 말고 앞장서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