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기금 네 개 중 세 개가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기금운용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과 문제점이 사실이었다는 점에서 놀라움과 함께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러나'하는 한숨이 나온다.

지난 61년 도입 이후 40년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각종 기금의 운용실태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한마디로 가관이다.

 설립목적과 맞지도 않고 수익성도 높지 않은 호텔,회관,휴양소,복지타운,스포츠센터 등 부대사업을 무분별하게 운용해 재정손실을 초래하는가 하면, 운용수익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금융기관 한곳에 자금을 모두 맡기는 바람에 수익성과 안정성에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기금들은 동일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으나 기금간에 업무조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대상자가 중복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 누구도 이를 감독하거나 조정하는 곳이 없어 그대로 집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무려 1백97조원이라는 방대한 기금이 40년동안 단 한번도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규모의 기금이 정기적인 평가없이 운용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드러난 기금의 방만한 운용은 최근 우리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는 `도덕적 해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치 `눈먼 돈' 처럼 먼저 가져가는게 임자라는 생각과 `쌈짓돈'처럼 나눠먹기식으로 자금을 배분하거나 더 나아가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 종류만 무려 6개에 달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수조원의 국민 돈을 굴리면서 방만한 운용은 차치하고 목표수익율은 물론 전문인력 조차 없었다는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은 무조건 쓰고보자는 심보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는 결국 국민을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금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설립하기 때문에 운용에 실패하면 기금을 없애지 않는 한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실제로 공무원연금기금 등 상당수 기금들이 방만한 운용으로 재원이 거의 바닥나 국가재정 투입이 불가피 할 정도로 적자가 가중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바 있다.

이번 평가를 토대로 기금의 구조에서 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개선책이 조속히 마련되야 한다.

또한 현재 62개에 이르는 각종 기금을 관리가 용이하도록 통폐합하는 것도 시급하며 기금의 타당성,투명성,효율성을 높히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