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이 의약분업 실시와 의료수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의보의 재정 확충을 위해 보험료의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은 올해와 내년에 발생할 2조 404억원의 지역의보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고지원을 받는 경우 10월과 내년 6월에 나눠 보험료를 각각 20%, 국고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올해 10월에 한꺼번에 61.4%를 인상한다는 방안이다. 또한 직장 및 공무원·교원 의보도 내년부터 보험료를 28.4% 인상한다는 방안도 있다.

본격적인 의료계와의 대화를 앞두고 나온 정부의 이번 방안은 추석길 귀경 전쟁으로 지친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난해 11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의료수가를 36.5% 올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부담만 커졌지 의료파업은 해결의 기미가 없다. 거기에다가 의보수가 인상에 따른 재정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한다는 방침은 악순환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정책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는 커녕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의보수가 인상이 기업과 근로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반대의견을 낸바 있다. 그런데도 당정은 보험재정 운영의 부실에 따른 파탄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나 대책마련 없이 봉급생활자나 기업에게 그 책임을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부실을 우려하여 통합을 반대했던 직장 및 공무원·교원 의보도 결국 보험료를 인상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당황스럽다. 사실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의약품 블랙마켓·과잉 진료·조제 등 의약계의 음성적 소득을 보험료 인상으로 벌충해주려는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험료 인상 배경이 무엇이든 국민의 희생을 통해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1977년도 의료보험제가 도입된 이후 곪아터진 의료계의 관행이 과연 제도만으로 바뀔 수 있는 대상인가는 의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인상이전에 의료보험료를 내야할 국민의 재정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의료보험료 부담액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통계를 제시하기 전에 MRI촬영·병실차액 등이 왜 보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가를 반성해야 한다. 국민적 동의가 없던 정책들이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을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