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우려할만한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IMF를 계기로 범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방만경영을 일삼아 온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40일간 정부투.출자기관,출연기관,재투자기관 등 141개 공기업을 상대로 구조조정 실태 특감을 실시,이중 132개 공기업으로부터 78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감사원이 엊그제 발표한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실태감사결과는 한마디로 IMF 사태속에서도 공기업만은 고통분담의 사각지대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들이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뼈아픈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공기업들은 누적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정부의 재정지원을 등에 업고 명맥을 이어가면서 편법 임금인상 등을 통해 내 몸 살찌우기에만 급급해 왔다는 거센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특히 전체 감사대상 공기업중 9개를 제외한 132개 공기업이 거의 800건에 가까운 위법.부당사항을 지적당했다는 것은 정부의 구조조정 압력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정부 감독부처의 관리.감독이 소홀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해 그야말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 관계자도 “공기업들이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은 커녕 미래의 생존을 위한 대비를 외면한 채 국민경제를 좀먹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이제 더이상 미지근한 방법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 얼마전 기획예산처는 개혁이 부진한 공기업 등 110개
의 공공기관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그같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공기업들의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행태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솔직히 말해 공기업들의 한심한 경영행태는 매년 지적돼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러한 행태를 두고 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감사원은 이번에 지적된 공기업에 대해 주의 내지는 권고등의 조치를 요구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 정도의 조치갖고 국민과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개혁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해왔던 미온적인 접근방법에서 탈피 사안에 따라서는 기관장은 물론 관계자들에게까지 민.형사 책임도 묻는 과감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