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나 경찰 등 정부기관에 의한 계좌추적이 현 정부 출범이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7년 9만6천건이던 계좌추적 건수가 98년 13만 9천건, 99년 19만 3천건으로 늘었고 올들어서는 1~6월까지 모두 10만4천건의 금융계좌가 검찰,경찰,세무서,공직자윤리,금감원등의 요청에 의해 조사된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문제가 있다면 계좌추적을 해야하는것은 어쩔수 없다지만 놀라운것은 게좌추적의 상당수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만해도 영장을 받아 실시된 것은 전체의 8.9%인 9300여건에 불과하다. 98년에는 전체의 88.2%, 99년에는 89.7%가 영장없는 계좌추적인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장없는 계좌추적이 모두 불법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국민의 사생활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나아가 계좌추적의 남발이 이제는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후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기업 정리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에도 설득력은 있지만 계좌추적의 남용은 무엇보다 금융거래를 위축시켜 경제활동과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할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금융계좌 추적은 과거 독재정권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외압의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곤 했다. 당사자의 계좌 뿐만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계좌를 샅샅히 뒤져 마치 흠집을 내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사회다. 부실기업주 등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있어 계좌추적이 불가피하다면 정정당당하게 법원으로 부터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에 나서야 한다. 권력기관에 있다는 핑계로 법과 질서를 무시해가며 불법적인 계좌추적이 남용된다면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보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개혁이 지속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미진한 부분이 경제개혁이다. 부실 기업주들이 자금을 빼돌려 자신의 배만 채우는 '도덕적 해이'가 빈번해 이것이 사회문제로 야기되기까지 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금추적이 불가피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오히려 계좌추적을 강화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방식이 문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적이 이루져야 한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과정이 불법이라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