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문을 닫은 미군 기지 주변이 현재까지도 기름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으며 관계 당국이 이를 알고도 방치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엊그제 기자회견를 갖고 50년대 초부터 20년 가까이 미군 저유시설이 있던 인천시 연수구 문학산 일대 24만여평의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상태”라며 “당국이 이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왔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이용한 미군의 행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이를 방치한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인천시가 지난 97년 이 지역에 민방위 교육장을 조성하던중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층이 다량 발견되자 아무런 조치없이 흙으로 덮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미군에 제공되었던 시설과 구역은 원상태로 회복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SOFA의 허점을 악용한 미군의 문제가 크지만 이를 알고도 쉬쉬한 우리 당국의 태도 역시 한심하기 그지없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문학산 일대는 지난 71년 미군기지가 포항으로 이전할 때까지 많게는 22기의 저유시설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인근 20만평의 추가 오염 우려도 크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3천여명에 이르는 옥골, 청학동 주민들의 생활터전이며 청동기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기도 해 고고학적으로 가치가 큰 지역이기도 하다. 관계당국은 우선 문학산 일대에 대한 즉각적인 환경조사와 함께 이 일대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주한 미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물론 미군도 98년 자체환경지침인 “주한미군 환경기준”을 마련, 시행에 들어가는 등 전에 비해 다소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군사작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거나 “환경기준”준수에 과도한 비용이 들 경우는 예외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번 문학산과 같은 환경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사실상 미군의 처분만 바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불합리를 바로 잡으려면 먼저 불평등한 주둔군지위협정을 개정하는 길 밖에 없다.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을 미군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끝으로 주둔군의 환경오염문제 발생시 환경보전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기를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기름구덩이 된 옛 미군기지터
입력 2000-10-2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0-10-2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