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살을 통해 무엇을 알리려고 하는 것일까. 자살자나 그 동기에 따라 크게 사회적 파문이 일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현준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장 래찬 전 국장은 왜 자살하였을까.
 그가 남긴 유서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일부 단서가 되고 있다. 그는 동방상호신용금고의 유 사장을 통해 주식을 매매하였으며, 사망한 동료 부인을 도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유서에 남긴 사실의 진실여부는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문제다. 그러나 그 동기가 그렇다고 해도 불법적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것은 정현준 게이트가 장씨의 죽음으로 흐지부지 돼선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장씨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장씨의 죽음을 핑계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궁지에 몰린 상황을 전환시키는 계기로 삼아선 안된다. 오히려 사건의 전체를 조속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은 IMF이후 금융과 시장개혁의 중추기관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직접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생사여부를 가름해왔고, 직·간접적으로는 기업의 흥망을 결정해왔다. 구조조정과 개혁의 이름으로 가히 가공할만한 권력을 행사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제 2의 경제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터진 정현준 게이트는 금융감독원의 도덕성과 공정성 시비를 넘어 '국민의 정부'가 내건 개혁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국민적 정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장씨의 자살로 이어진 정현준 게이트는 공직자와 지도자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자살을 선택한 장씨 뿐만 아니라 수사의 대상이 된 많은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권력과 돈을 남용하면서 벤처를 재테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서로 뒤를 봐주는 이해관계 차원에서 불법적 행위를 일삼았던 것은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다.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기업이 퇴출되고, 직장인들이 거리의 실업자로 전전하는 사이 개혁을 책임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 골몰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벤처를 위해서도 사건의 전모와 위법을 저지른 대상자들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 그것은 개혁이 다시 힘을 얻는 지름길이자 건전한 벤처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