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여를 끌어왔던 기업살생부가 드디어 오픈되었다. 그간 시중에 떠돌던 예상 답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소비가 둔화되고 증권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등 제2의 외환위기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시점에서 기업 퇴출로 인한 후유증까지 가세,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들은 금융권 부실을 불러왔고, 이는 곧바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또 다시 기업부실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계속돼온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조치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데 어느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번 조치가 한국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들의 이런 반응은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비용을 떨어뜨리고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조조정 후속대책기획단을 발족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작업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대로 이 작업이 조속히 마무리될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첫째, 이번 퇴출 결정으로 인해 직접 혹은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작업이다. 은행권의 추가부실 보전과 실업자 구제, 생산차질로 인한 피해와 하청업체 등에 대한 피해보상재원은 결국 국민들의 추가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국민들이 쉽게 승낙해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둘째, 청산작업도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왜냐하면 조속히 청산할 경우 헐값 매각은 불 보듯 뻔해 채권단이 이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제값을 받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할 경우 이로 인한 추가부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이번에도 많은 기업들이 법정관리로 지정되었다. 정부는 법정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결의를 보이고 있으나 법정관리를 통한 부실정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업주들이 과거처럼 법정관리를 생명연장수단으로 악용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위기를 잉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작업은 결코 일과성(?) 이벤트로 마무리돼선 안된다.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는 기업퇴출은 일시에 끝낼 일이 아니며 지속적 시장스크린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실을 유발한 자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
기업퇴출, 후속책이 더 중요
입력 200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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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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