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우리경제의 실상을 반영하듯 시중의 대규모 자금들이 안전지대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일반 서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액의 자금들이 경제 불안과 내년에 실시되는 금융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계은행으로 몰리는가 하면 내년도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면서 달러 환율이 오를 것 같자 달러사재기에 나서 IMF이후 눈에 뜨게 줄어 들었던 암달러 상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외국계은행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들고와 해외투자를 의뢰하는 고객들이 늘어나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자본 해외도피의 우려까지 낳고 있을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뭉칫돈들이 은행권 21조원과 제2금융권까지 합쳐 대략 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대부분의 큰손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금들로 불안감때문에 뚜렸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돈들이다. 이같은 불안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미국재무부 채권이나 해외뮤추얼 펀드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외국증권사에서는 개인이 1만달러까지 해외투자를 할수 있는 외환관리법까지 위반하며 차명계좌를 만들어 투자를 해주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더우기 내년부터 외환자율화가 실시될 경우 이같은 편법으로 해외에 빠져 나갈 자금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뭉칫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은 두말 할것도 없이 우리 경제가 극도의 불안심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등 일관성이 없을 뿐더러 미진한 금융,경제개혁으로 인해 불안감만 증폭돼 차라리 해외투자가 나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IMF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심리는 경제가 안정되지 않는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뭉칫돈의 이동에 대해 정부 역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해외투자를 현재로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 마저 주고 있다. 하지만 편법을 이용해 국내자본이 부당하게 빠져 나가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단의 대책은 세우지 못한다고 해도 편법을 부추기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 이를 규제하는 움직임 정도는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신뢰를 주는 일관성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수없이 말을 번복하는 관료들이 있는 한 국민들의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안전지대 찾기바쁜 '뭉칫돈'들
입력 200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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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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