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이 흔들린다. 사회전반 곳곳에서 원칙과 신뢰가 무너져가는 소리가 들린다. 의료대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는 상황속에서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해 교통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한국전력이 파업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모든 것이 혼란 스럽다. 이처럼 국가 기강이 송두리 채 흔들거리는 것과는 상관없이 정치권에서 여 야는 끝이 어딘지 모르는 채 지루하고 짜증나는 대치만 계속하고 있다.
서민경제는 이미 깊은 동면에 빠져버렸고 실업자들이 다시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처음 맞는 위기라면 이해할 법 하지만 불과 2~3년전에 경험했던 일들이 마치 녹화방송보듯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겪는 감정은 허탈을 넘어서 절망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의 불만이 거의 폭발직전에 이르렀지만 과연 무엇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는지 그 해법을 제시하는 곳도 없다. 마치 혼미한 안개속을 걷듯이 모든게 막다른 절벽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이기주의까지 횡행한다. 더우기 이런 집단이기주의가 '생종권 수호'와 맞물려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 크다. '지도층은 무원칙으로 일관하면서 왜 고통은 우리들이 져야 하는가' 라고 부르짖는 이들의 절규는 이제 예사로움을 넘어섯다. 사실 치욕의 IMF때는 위 아래 할것 없이 모두가 고통스러웠던것이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었던 '금모으기 운동'까지 벌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IMF때와는 다르다. 그런 어려움을 겪은 후에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온 고위층과 정치권 기업들 사이에서 만연된 도덕적 해이로 인한 풍파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 심한 심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바로 이점을 주시해야 한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가 국민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지 그 핵심을 읽어야 한다. 만일 이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IMF를 겪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 집단이기주의는 국가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지도층인사들이 먼저 솔선 수범해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야는 하루빨리 냉각정국을 해소하고 정부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
봇물터진 집단행동들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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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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