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맞아 직면한 경제난 등 총체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당정개편을 포함한 고강도의 국정쇄신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 마자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장시간 가감없는 보고를 받는 등 시국수습책에 나서 정가와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총재특보단도 4일 김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대폭적인 당개편과 당내 인사의 대거 입각을 전제한 전면 개각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보단은 김대통령 주변 측근부터 과감하게 면모를 일신, 도덕성을 확보해 강한 여당, 강한 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쇄신안을 건의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뒤늦게나마 작금의 총체적 위기상황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쇄신과 당정개편의 필요성은 이미 여권내부에서도 대세를 형성해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로 인식된 지 오래다. 이제 개편의 폭과 시기만 남은 상태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그 어느때보다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과감한 국정쇄신책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소수여당으로서의 어려움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단 대야 관계에서부터 검찰수뇌부에 대한 탄핵안 무산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정치 사회적 부작용을 누적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와 정부에 대한 신뢰추락으로 훼손된 대통령의 리더십을 회복시키기 위해 김대통령의 결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그러나 임기응변식 인적 개편만으로는 위기정국을 타파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심을 굴절없이 수용하는 열린 정치력을 바탕으로 소신과 합리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내각과, 야당을 협력자로 포용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당으로 정권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이번에 정권 시스템을 쇄신할 기회를 놓친다면 정부는 신경제위기를 타파할 국민협조를 끌어낼 국정수행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극도로 문란해지고 있는 사회기강 해이현상이 만성화될 것도 명약관화하다. 정치권 안팎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국정쇄신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에 쏠려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