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인 강화도와 화순·고창지역의 고인돌군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95년 말 석굴암과 불국사,해인사 장경판전 그리고 종묘가 지정된 이후 97년 12월 수원 화성과 창덕궁의 추가 등재에 이어 이번 고인돌 유적 등록으로 우리는 모두 7건의 세계문화유산을 갖게 됐다. 이밖에 안동 하회마을과 한라산 등이 예비목록에 올려져 있어 앞으로도 이와같은 세계문화유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문화유산이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인정받는 일이 나날이 느는데다 이번에 지정된 고인돌 유적 역시 그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한국은 세계적 고인돌 왕국이다. 세계 6만여기 가운데 절반인 3만여기가 한반도에 존재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거석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특히 강화의 대표적 고인돌인 부근리 고인돌(사적 제137호)의 경우 세계 고인돌연구의 권위자 모헨 박사(루브르박물관 고고학연구소장)가 “고인돌을 본 순간 심장마비를 일으킬뻔 했다”고 평할만큼 뛰어난 문화재로 꼽힌다. 모두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유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고인돌 보존현황을 보면 그야말로 한심스럽다. 대대적인 정비와 보존대책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최근 각 지역에 개발 붐이 일면서 고인돌등의 문화유적이 깨지고 부서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개발이라는 깃발 아래 자행되는 반달리즘에 고인돌뿐 아니라 각종 문화유적이 훼손 또는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한일합방후 6만여개로 집계됐던 고인돌이 현재는 절반가까이 줄어 남한에 2만5천여기, 북한에 1만여기만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강화의 고인돌이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반면, 경기도내의 고인돌들은 대부분 버려진채 방치돼 심각성을 더한다. 연천군 유일의 경기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통현2리 지석묘(문화재자료 제52호)의 경우 출입할수 있는 통로조차 없으며, 통현1리의 지석묘는 연천군에서 파괴해 한탄강변에 경계석으로 사용하다가 현재는 인근에 버려진 실정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또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연천·파주지역 고인돌들은 대부분 밭이나 야산, 농가에 방치된채 훼손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당국은 이제라도 고인돌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발맞춰 유적을 보호할 종합적인 계획을 고민해 고인돌 종주국의 체통지키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