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우리경제를 짓눌렀던 기업들의 자금난이 연말로 접어들면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연말에 자금 수요가 폭주하고 있지만 원할하게 자금 조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 담당자들은 금융기관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은행들 역시 국제결재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대출을 중단해 이미 중견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짓고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조차 자금확보를 위해 혈안이 된 마당에 지역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 오너들이 신용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에서 자금을 구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최근 수원지역의 경우 수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리젠트종금의 유동성위기와 수원상호신용금고의 영업정지로 이마저 어려워 고금리 사채를 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조업을 재개한 대우자동차의 경우도 협력업체가 갖고 있던 기존의 어음을 새로운 어음으로 바꿔주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경인지역의 대우자동차 하청업체들은 하루하루 지내기가 마치 피말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것은 자금 조달창구가 거의 대부분 기능정지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증시는 폭락해 자금조달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고 회사채 시장은 개점휴업중이다. 이처럼 대기업,중소기업 할것없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말로만 개혁,구조조정을 주창했지 확실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부실에 따른 신용도 추락과 은행과 은행원들의 도덕적해이와 보신주의는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기업들은 사상최악의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것은 무엇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현상이다. 정부는 현재의 금융시장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마비상태에 빠져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어주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은행들의 BIS비율을 신축적으로 적용한다거나 투기채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는 등 발빠른 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듯 그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상황이 아니다. 우선은 기업들에게 자금난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금 기업들은 자금난으로 인해 '죽느냐 사느냐'의 심각한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