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세계의 주목 속에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다시한번 충심으로 축하박수를 보낸다. 경제형편을 비롯 나라안 사정이 극도로 어려운 시기이고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지도자가 세계평화와 인류화합 공로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상을 받았다는 것은 개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영광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노벨상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점 또한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김대통령은 수상연설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수많은 동지들과 국민들에게 오늘의 영광이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언급이 단순한 겸양의 수사(修辭)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적 득실계산 때문에 수상축하에 동참하지 못하는 `국민들'이나 기득권에 사로잡혀 반민주·반통일 입장을 고수하는 `국민들'과도 진심으로 수상의 공로를 함께 나누는 사려깊은 아량을 보일 때 오늘의 난관을 극복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위원회도 지적했듯이 평화상은 다른 부문의 상과는 달리 과거의 업적에 대한 보상의 성격보다 앞으로의 기여에 더 큰 의미와 비중이 주어지는 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막 평화의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남북관계도 남쪽 국민 뿐 아니라 온 겨레가 함께 상을 받았다는 자세로 더욱더 인내하며 신중하게 전개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할 일이 산적한 국내 민주화와 인권문제 역시 이제 시작이라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리라고 본다. 2000년 노벨평화상의 가치가 먼훗날 더 빛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시상식이 끝난 지금 이른바 `오슬로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귀국비행기 안에 수상의 감격 외에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국정쇄신안이 실려 있을 것인가, 그 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또다시 실망만 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여러 가지 시선이 교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극단적으로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김대통령 입장에서는 노벨상 이후 첫 과제다. 국민들의 심중을 더 깊이 헤아려 이 고비를 정면돌파할 수 있는 과감한 쇄신안을 내놓음으로써 새천년 첫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대통령으로서 거듭 힘찬 박수를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