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을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떻게 예년보다 더 춥고 힘들죠'라고 묻곤 한다. 왜일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은 6월말 현재 2백38조원으로 1년 전(1백93조원)에 비해 23.3%나 늘어났다. 반면에 가계들이 보유중인 주식과 채권 등 개인금융자산에 대한 평가가치는 금년 1월의 89.8에서 10월에는 51.7로 추락했다. 한때 벤처붐을 타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선 수많은 가계들이 경기침체로 빚더미에 오른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가치도 동반하락하고 있으나 전세 값은 오히려 급증,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때문인지 신용불량자도 확대일로에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전국의 신용불량자는 약 240만 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3만 명이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 10명중 1명이 신용불량자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신용불량자는 연체 3~6개월 후에 등록되기 때문에 최근의 경기위축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지난 6월말 현재 0.317로 1년 전에 비해 0.006포인트 상승하였다. 중산층이 또다시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서민들의 올 겨울나기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은행권의 대출기피현상이다. 부실대출 때문에 혼쭐난 은행들이 그간 몸 사리기로 일관해왔는데 작금 제2차 금융권 구조조정이 임박, 아무도 대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불황에다 은행들의 대출기피까지 겹쳐 11월중 어음부도율은 0.34%로 20개월만에 최대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우리 나라 속담에 '목소리 큰 자가 이긴다'란 말이 있다. 올 초부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정부는 약사법 개정과 대우 및 현대문제, 공기업 구조조정문제에다 예기치 않은 연이은 금융사고와 농민 집단시위 등 '목소리 큰 자'들의 집단이기에 이끌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말없는 다수는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만 잘 견디면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호언하고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대로 L자형 장기불황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개혁완수는커녕 국가경제 전체가 파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분배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보다 강화하는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