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같은 전통사회와 경제성장을 토대로 근대화를 이룩했다고 자평하는 현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할 점이 있다면 합리적 관료제의 존재여하에 있다 할 것이다. 왕이나 고을 원님의 개인적 전횡이 있을수 있는 전근대적 행정의 병폐를 시정코자 한 것이 다름아닌 합리적 관료제다.
 우리사회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물량적 팽창에 따라 하드웨어로서 관료적 조직은 막강해졌는데 이를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의식은 전근대성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 막강성과 비합리성의 조합은 최악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 관료조직 가운데 이런 문제점을 가장 많이 나타내는 곳이 교육인적자원부라 할수 있을 것 같다. 이는 특히 교육행정이 선진의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의식도 없이 교육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 빈발하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왔다갔다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사람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면 행정의 합리성이란 있을수 없다.
 이번에도 새로 장관이 들어서더니 예의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전임장관때 정부가 원금과 이자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16개 시도교육청으로 하여금 교육사업비 지방채를 발행케 해놓고는 이제와서 이 약속을 파기하고 있다. 28일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교원 명퇴수당과 학교시설사업비 부족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당시 교육부로부터 국고지원을 약속받고 총 4천462억원에 이르는 지방채를 발행, 금융기관등을 통해 조달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지방재정법상 가능하다며 도예산의 불용액으로 이를 상환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국고지원은 전임장관이 말한 것이고 그것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신임장관과는 무관하니 밀어붙이겠다는 것인가. 도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경기도의 경우 매년 600억원 가량의 순수불용액이 발생하나 이는 추경재원에도 충당하기 어려워 교육인적자원부의 요구를 수용할래야 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상황을 뒤틀리게 해놓고 `나는 책임이 없으니 모르겠다'는 식이면 무책임의 극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얄팍하게 인센티브나 내세워 어물쩍 넘어 가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행정의 합리성은 일관성을 기본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든 일이 뒤죽박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