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제조업에서부터 e-비즈니스 분야의 벤처기업에 이르기가지 여성 CEO(최고 경영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시대다. 최근의 기업풍토가 성별보다는 능력을 중시하고 여성들의 교육수준 향상과 함께 몰아치는 '우먼 파워'의 강풍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13일 경기도내 65명의 여성 경제인들이 용인시 기흥읍에 모여 한국경제의 튼튼한 뿌리가 되자고 다짐했다. 이날 여성 CEO들은 '우리 경제,여성이 살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경영연수를 받으며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 여성 최고경영자가 늘어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우먼파워의 열풍이 일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할동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현재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회원으로 등록된 여성 기업인은 900여명이다. 이는 1년전보다 100명 가량이 늘어난 수치로 이 가운데 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가 대부분이다. 수도권 지역만 해도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회사 가운데 여성이 대표로 있는 업체는 250여개에 이른다. 1세대 여성CEO의 대표격인 장영신 애경그룹회장은 창업자인 남편의 뒤를 이어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켜 여성경제인협회 초대회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활동중이며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 신수연 코리아스테파회장, 이지디지털의 이영남사장 등 많은 여성 최고경영자가 활약중이다.
재계는 앞으로도 사회 전반의 인터넷 디지털화와 맞물려 섬세함과 감수성, 아이디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이들 여성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격려보다는 걱정과 비아냥을 들으며 어려움을 나름대로 극복하느라 남모르는 고민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가족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어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기도 했고,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자직원들을 통솔하고 거래처 사람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뿐이 아니다. 비즈니스 상대라기보다는 이성으로 접근하는 사례로 곤란을 겪은 일, 못 마시는 폭탄주를 10잔이나 마시고 졸도한 일, `여자가 무슨 사업이냐'는 비아냥을 수없이 듣는 등 그야말로 고난의 역정들을 이겨낸 장한 여성들인 것이다. 이날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을 친 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65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작지 않은 것은 남자들도 힘든 이같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대되는 여성 CEO들
입력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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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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