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기현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요동을 치던 전
세가 최근에는 아예 자취를 감춘채 월세시대로 접어들었다. 온갖 특혜를 내
세우고도 분양이 안돼 애태우는 아파트분양시장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
진 기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안정의 기틀을 확고히 다져
야 하는 시점에 이같은 주택시장의 왜곡현상이 거시경제, 나아가 사회안정
을 뒤흔드는 장애물이 되지나않을까 염려스럽다.
 주택시장의 왜곡흐름은 일찌감치 예견돼온게 사실이다. IMF기간중에 다세
대주택을 비롯한 전반적인 주택건설이 거의 동결되다시피 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부족할 수 밖에 없는데다 시중 여유자금의 흐름이 정부의 기대
대로만 따라 주지않은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환란후 급락했던 전세가격
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어렵지않은 사안임에도 팔장만 끼고
있던 정부가 이번에는 전세대란을 지나 월세바람을 맞아 어떻게 대응할지
자못 궁금하다. 정부정책의 시장효과는 항상 상당기간의 시차를 두고 나타
난다는 교훈적인 기본원리마저 소홀히 한 느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집주인들이 굳이 고액의 전세금을 받아 금융권
에 맡겨봤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가깝기 때문에 재테크 패턴을 바꾼 '저
금리 증후군' 이 나타난 결과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몫돈을 마
련해야하는 서민입장에서는 일단 월세를 선호하는 현실심리도 작용,월세전
환 바람을 가속시킨 셈이다. 이로인해 전세금폭등과 함께 매물 품귀현상으
로 이어지면서 기존의 보증금에 월세를 가미한 전·월세 혼합형태가 유행처
럼 번지고 있다.
 최근의 이같은 추세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전세중심의 주택임대시장이 월
세위주로 바뀌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
로 일정기간의 혼란기를 겪은 뒤에는 외국처럼 자연스레 월세제도가 정착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등록여건을 완화시킨 점도 부채
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과적으로 영세서민들만 허리가 휘게 됐다. 현재의 전·월세값 상승분위
기가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 기대심리와 맞물릴 경우 빈부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는 엄연한 현실을 정부는 명심하여 비상한 상황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투자기관이 지은 미분양주택의 공공임대화등 소형임대주택 기반확충은
물론 전세시장의 환경변화를 종합적으로 수용하는 방안마련에 총력을 기울
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