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위 자기땅에 미군기지가 터잡고 있는 15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공
동으로 특별법 제정 추진에 들어갔다. 19일 대구 남구청에서 '미군 용영지
역 지원 및 주민권익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한 이들 지자체 가운데
는 인천 부평, 경기 의정부·평택·화성·파주·하남·동두천 등 경기·인
천 7개 단체장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미군주둔으로 인해 겪는 각종 피해
를 익히 보아온 우리로서는 이들의 법제정 움직임이 정당하다고 확신한다.
본의 아니게 제땅 내준 피해당사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은 뒤늦었을지언정 백번 지당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미군기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돼왔으나 자
치단체는 아무런 발언권을 갖지 못했다. 주한미군에 관한 결정은 전적으로
한·미 양국 정부의 교섭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지로 인해 어떤 부작용과
사고가 빚어져도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대책을 건의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번 특별법은 자치의 원칙에 어긋나는 모순을 자신들의 손으로 바로잡고
야 말겠다는 최초의 강력한 의사표시로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법안은 우선 미군기지의 이전·반환요청권을 해당 자치단체에게 인정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평화로 일부구간 확장을 위해 미2
사단 사령부와 8년간이나 협상을 벌인 의정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계획적인
도시개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기지와 기지주변 땅을 공여한 시민들
의 재산권 침해와 생활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으로 미군문제 협상에
서 이들 지자체에 일정한 권한을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직·간접
손실도 국가가 보상해 줘야 마땅하다.
법안에 명시된 자치단체의 미군기지 환경조사권도 인정해야 한다. 매향리
사격장 문제를 비롯 송탄기지 항공유 유출사건, 의왕 백운계곡 기름피해
등 빈번히 발생하는 심각한 소음공해와 환경오염 사고에 대해 원활한 피해
조사와 보상장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개정된 한미 주둔군지위
협정(SOFA)의 환경규정이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치단체의 환경권은
더욱 절실하다.
법안을 마련한 자치단체장협의회는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
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등으로 미루어 특
별법이 순탄하게 제정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간의 대등한 관
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평적 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특별법은 반드
시 제정돼야 한다고 믿는다.
'미군기지 특별법' 제정하라
입력 200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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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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