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나 자치단체를 막론하고 관급공사의 사업비가 당초계획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건설현장의 비리와 부실시공이 나라
의 고질병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질타도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다. 세밀한 사
전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예산을 계상하거나, 적은 예산으로 먼저
사업을 확보해 놓고 나중에 증액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례도
횡행하고 있다. 그러니 국회 국정감사나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 때만 되면
관급공사 설계변경은 여전히 단골메뉴다.
 물론 사업기간중에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사업비가 추가되는 측면도 있
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관련 공무원들의 의도는 타당성 검토단계에서
소요액을 줄여 결정권자들이 쉽게 판단케 한뒤 시행과정에서 이를 늘리면
된다는 속성인것 같다. 이같은 관행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되었음
은 물론이며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처음부터 잘못 선정
된 사업을 시행과정에서 시공사와 결탁해 예산을 낭비하고, 끝내는 부실공
사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큰 문제인가.
 특히 지방화시대를 맞아 민선단체장들이 선심성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
니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우선 추진한다는 식의 과욕으로 무리수를 두는 경
우도 허다하다. 섣부른 사업예측에 억지타당성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사업
계획변경이 이뤄지고 이에 따른 설계변경도 불가피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
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시공사들은 무조건 일을 따고보자는식의 낮은가격
으로 공사를 맡은뒤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늘리는 편법을 자행하는 등
담당공무원들과의 유착도 끝이 없는게 현실이다.
 이제는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쓰던 시대는 분명 지났다. 사업시행에 앞
서 충분한 조사기간과 비용을 확보하고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정밀하고 합리
적인 조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사업타당성 조사단계부터 민간참여를 유도
하고 정보를 공유, 사업이 일방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예산의
공정한 집행과 효율적인 사용은 공직사회의 투명성도 더불어 높이게 된다.
한 푼의 세금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공직사회의 자각이 절실하다. 정부는 부
실공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좀먹는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하여 강력한 처벌과 함께 실질적인 규제완화 등 실효성있고
진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