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소음은 공해의 수준을 넘어 '소리로 가하는 고문'에 가깝다. 갤
럽이 엊그제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는 이같은 진단이 일부 예민한 시민들의
불만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수도권시민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
된 이 조사에서 62%가 소음이 심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0명에 3명은 소음
으로 인한 수면장애, 집중력 감소, 두통 등 구체적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
다. 응답자의 88%가 앞으로 각종 소음공해가 악화되면 악화됐지 나아지지
는 않으리라고 내다보고 있는만큼 소음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귀
청을 찢는 갖가지 소리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보호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얘
기다.
 물론 수도권시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위협하는 소음피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포공항 인천공항 주변지역 주민들은 비행기 소리
에 귀가 멀 지경이고, 군용 비행장을 끼고 있는 수원 서부지역 등의 주민들
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차량소음으로 집단민원이
우려되는 부천 상동지구를 비롯해서 도로변·철로변 주거단지 가운데 법적
허용치를 초과하는 차량소음으로 더운 여름에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곳도
많다.
 용인 남양주 등 개발지역에서는 주변 건축공사장 소음·진동 때문에 격렬
한 항의사태가 줄을 잇는다. 시흥에서는 공단주변 초중고교 17곳이 공장소
음 때문에 확성기로 수업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생
활소음도 심각하다.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행상차량의 확성기소리가 대표
적이다. 어느 정도는 서민들에게 필요하기도 하고, 생계를 위해 장사에 나
서야만 하는 행상의 처지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도를 넘는 경우가 잦
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가 소음규제지역 지정, 과태료 부과 등 몇가지 대책
을 내놓고는 있지만 미흡하다. 주거지역의 소음에 관한 법률상의 규정도 명
확하지 않고, 피해구제의 수단도 한정돼 있다. 지난 봄부터 의원입법으로
추진중인 가칭 '주거환경보호법'같은 법률의 제정이 그래서 시급하다. 현
행 소음·진동규제법 만으로는 아파트 등 주거지역의 소음을 규제하기 어렵
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도 나타났듯이 아직도 시민의 절대다수가 소음·진동
피해는 어쩔 수 없으므로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선진국 수
준의 소음규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난 2월 서울에서 결성된 아파트 주거
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처럼 시민들이 스스로 권리찾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