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정기국회때만 되면 찾아오는 복병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노조 경기도지부가 지난해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감사를 거부하며 국회의원들의 감사장 진입을 거부한데 이어 올해엔 지방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거부를 천명하며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자료제출부터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노무현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등 일련의 수도권 '역차별' 정책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시점에서 '정치권을 구워 삶아야 할' 경기도는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다.

오는 9월 중순께 실시될 예정인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공무원 노조가 시시콜콜 '제동'를 걸고 있기 때문에 적잖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돼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경기도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입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보다 심각한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 현재 도에 접수된 국회 자료요구 건수는 대략 80여건. 지난해와 비교하면 수적으로는 줄었지만 수도권 교통, 환경 문제 등 폭넓은 자료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관계 공무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가 지난 2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국가 예산지원 보조사무를 제외한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가 제외돼 국가 위임사무에 대한 자료만 제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최근 이같은 사실을 노조 홈페이지에 공지, 각 실국에 자료 제출 기준을 제시하는가 하면 국회의원실과도 접촉해 감사 대상 자료만 제출하는 등 선별·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결과 지난 11일 민주당 송석찬(대전유성·행자위) 의원이 요구한 예산전용현황 등 17건의 자료요구를 거절, 이중 국비 관련, 9개 항목만 제출했다. 한나라당 김무성(부산·행자위) 의원도 그린벨트 관련 사항과 100억원 이상 공사중 국비지원사업 등 25건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지자체 고유사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 논란을 빚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국회가 지난해처럼 지방 고유사무까지 감사를 강행할 경우 전국 16개 공무원 노조가 연대해 여느해보다 강한 결사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따라 3년째 공무원 노조(공직협)측이 지방감사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도 입장으로서는 여간 답답한 사정이 아니다.

이와 관련 도 기획관리실은 “국정감사법 개정으로 지방자치사무만 감사를 받게 돼 있지만 자료까지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여간 고민스럽지 않다”고 저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국회 관계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며 “재정 문제로 허덕이는 지방에 국고를 지원하고 어떻게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지방사무도 국가 위임사무와 연계성이 있기 때문에 뚝 잘라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 기획관리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위임사무가 아니라고 감사를 거부할 경우 연말에 있을 내년도(2004년)예산 확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감때 경기도의 입장을 전달하고 도움을 받는게 더 낫다”며 융통성을 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