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얼마전 사고가 많은 차량에
대해 보험가입을 거부해 말썽을 빚더니 이젠 무사고 차량, 이른바 우량고객
에 대해서도 보험가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사고 다발자의 경우는 보
험료 지급 가능성이 높고, 무사고 운전자의 경우는 낮은 보험료때문에 수입
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이같은 이해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
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무사고 차량으로 보험료를 할인받아야 할
차량에 대해 손해보험사가 보험가입을 거부한 건수가 99년 1만3484건에서
지난해 12만6786건으로 늘어났고 올해들어서는 1~5월 사이에 무려 19만1502
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사고가 많은 운전자에 대해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장기무사
고 우량고객의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두말하지 않더라도 보험료 납부액
을 높히기 위한 보험사들의 편법으로 밖에 볼수 없다. 이같은 보험가입 거
부는 실적손해율이 예정손해율보다 낮았던 97년과 98년에는 비교적 드물었
지만 실적손해율이 예정손해율을 초과하는 이른바 '역마진' 이 나타난 지난
해부터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보험사 '빅4'로 일컬어지는 삼성,LG,현
대, 동부화재의 보험가입 거부율이 전체 손보사의 66.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손해보험사들이 오는 8월1일부터 보험료
를 15~23% 인상키로 했다는 점이다. 저금리시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되
자 한쪽에서는 보험료를 올리고 한쪽에서는 보험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이같
은 이해못 할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보험사들이 영업손실을 가입자
들에게 떠넘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보험사들의 횡포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물론 초저금리시대에 보험사들이 겪어야 하는 애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교통사고율 세계 최고인 이나라에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도 이를 감시하고 지도 해야할 금융감독원은 마치 보험사와 보험가
입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자동차와 관련 이른바 우량물건과 불
량물건을 합친 전체 보험 가입거부가 올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27만8360건
에 이르렀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 금융감독원의 보험사에
대한 관리 감독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이젠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사고를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른 현
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