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지 충청남도의 빗나간 애향심이 제 82회 전국체전을 형편없는 대회
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충남은 홈 그라운드의 텃세만으로는 종합우승이 어
려워지자 막판에 추악하고 무모한 대회운영과 편파판정으로 기어이 욕심을
채웠다. 그 결과 경기도를 비롯한 7개 시·도 선수단이 무더기로 시상식과
폐막식에 불참하는, 체전사상 초유의 망가진 모습을 자초했다. 서로 격려하
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지는 못할 망정 욕설과 삿대질과 불신으로 얼룩진 스
타디움에서 종합우승 컵을 들게 돼서 좋더냐고 충남선수단에게 묻고 싶다.
 전국체전이 꽤 오래전부터 국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채 체육인과
자치단체들만의 잔치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
도 1년에 한번씩 국내 모든 스포츠종목이 한자리에 모여 한해의 성과를 결
산해 보는 자리는 큰 의미가 있다. 각종 프로스포츠의 인기에 눌려 있을지
언정 여러 종목에서 신기록을 작성하고 유망주를 발굴해 내는 값진 성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처럼 승부욕에 눈먼 대회에서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 '한국신기록을 세워도 아무개는 우승 못하게 돼 있다'는 루
머가 현실로 드러나는 대회는 '전국체전 폐지론' 같은 극도의 냉소와 불신
을 부를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체전 6연패를 달성하려고 했던 경기도의 꿈은 마지막 순간
에 날라갔다. 경기도 선수단 입장에서는 마치 6연패를 도둑맞은 기분일 수
있다. 폐막 하루전까지 서울·충남과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었지
만, 구기 등 남은 경기에서 제실력만 발휘한다면 가슴뿌듯한 '위업'을 이뤄
낼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없게도 서울에 이어 3위
로 처지고 말았다. 인천도 종합점수 4만점 중상위권 도약이라는 목표를 채
우지 못하고 8위에 그쳤다. 한편으로는 약오르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
일 터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번 대회를 큰 자극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편파·불공정을 문제삼기 이전에 월등한 기량을 갖추지 못했음도
겸손하게 되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경기도와 인천이 새롭게 체전에 도전하는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듯이, 체
전 자체도 형식과 운영 면에서 이제는 새롭게 거듭나야만 한다. 이번에 충
남이 보여준 추태의 뿌리를 밝혀내고 도려내는 것은 물론 진정한 향토선수
단이 정정당당히 겨루는 스포츠제전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쉬
운 일은 아니겠지만 체육인들이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