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농촌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의 대량반입에 따
른 가격하락과 늘어가는 농가부채로 농민들의 영농의지가 급격히 꺾여만가
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쌀 증산정책을 사실상 포기한다고 발표한이래 시
중 쌀값은 예년에 비해 턱없이 낮게 출하되는 등 농가의 고충은 이래저래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금년 추수가 끝난이후에는 농업에 대한 실망
매물로 농지가 쏟아져나올게 뻔하지만, 현행 농지법의 제약으로 가격하락
은 물론 거래조차 성사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현행농지법은 지난 96년이후 취득한 농지는 본인 경작원칙에 따라 임대
나 위탁경영을 금지시키고 있다. 만일 이를 어기고 당초 목적대로 경작하
지 않을 경우 1년이내 처분토록 하고 있으며, 6개월 경과시한을 두고도 이
행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기도는 지난 99년 경작을 하지않은 231ha의 논 주인853명에게
처분임의통지를 내렸고, 지난해는 550명 130ha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통보
했다. 이보다앞서 지난 98년 처분임의 통지를 받고도 경과시한을 넘긴 138
명에게는 모두 8억4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전후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지를 사려는 외지인들의 발길은 갈수록 끊기
고, 땅값은 특정지역을 제외하고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
기에 올 추수가 끝나면 쌀값하락 등의 악재로 농업에 대한 실망매물이 크
게 증가, 농지값이 속락세를 맞게될 판국이다. 해마다 가을걷이를 마무리한
뒤 영농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당수의 농가들로서는 파산위기에 내몰리면
서도 농토를 제때 팔지못해 이중삼중의 고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안타
깝다.
 농지법의 입법취지가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외지인들의
농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려는데 있었던만큼, 현실에 맞게 서둘러 개정돼
야 한다. 더구나 쌀값하락이 두드러진 금년이후 임대나 휴경등으로 인한 처
분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가 늘어날게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정
부가 쌀증산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마당에 농민들의 유일한 재산인 농지의
매매는 농민들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지않는가. 정부말대로 쌀생
산을 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겼다면 농지거래를 묶어두는 것 자체가 농민들
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셈이 된다. 더 늦기전에 농민의 불만을 해
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