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몇년간 쉬운 수능시험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이번 수능시험을 본 후 모두들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일부에서는 '수능에서 고득점의 거품이 빠졌다' 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상위권 수험생들조차 '문제도 다 못 읽었다'며 예상밖의 높은 난이도에 당황해 했다. 수능시험장서 시험을 중도에 포기하고 나온 학생도 속출했다는 소식이다. 더러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1년간, 아니 12년간 공부했던 모든것이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학부모 일선교사들이 입시지도에 큰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평균점수가 3~4점이 아니라 무려 30~40점이 떨어질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수능시험은 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시험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로 무려 66명의 만점자가 나온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듯 맘먹고 어렵게 출제한 것처럼 보인다. '함정식'문제가 속출해 학원 강사들조차 문제풀이에 애를 먹어 예상답안지가 지난해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나왔다. 고의로 오답을 유도하거나 2개를 놓고 헷갈리게 만든 문제가 유난히 많았고 일부러 지나치게 많은 지문을 내놓아 집중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몇년간의 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진것은 사실이었다. 만점자가 속출하고 평균점수대에서 수만명이 몰려 있어 대학마다 학생들을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익히 아는 바다.
하지만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평균점수를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 수능을 치른 고3학생은 세칭 '이해찬 1세대'. 이들이 중3때 교육부에서 '특기만 있으면 대학에 갈수 있다' '무시험 대학 전형으로 바뀐다'고 해 풀어진 분위기에서 공부를 해 지나친 학력저하가 문제되기도 한 세대다. 이번 수능에 대해 안희수 수능출제위원장조차도 “학력저하현상을 감안하지 않고 문제를 냈다”고 말했다. 결국 중하위권 학생들의 입시 눈치작전은 사상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신 재수생이나 특목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게됐음은 물론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냉온탕식 수능시험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아직 학생들의 점수 분포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점수하락으로 입시에서 극심한 눈치작전 등 혼란이 야기된다면 내년 수능은 또 다시 쉽게 출제되는 것인가. 이번 어려운 수능으로 '학생들이 어른들의 시험대상이냐' 라는 비난의 소리를 교육부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정책의 기본골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능관리, 우린 그걸 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