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가 작은 마을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문산읍 내포리에 쓰레기소각장을 세우는 조건으로 주민들을 위한 농산물판매장을 지어주기로 해 놓고 뒤늦게 농기계창고 등으로 변경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시는 토지매입비 부담이 크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판매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쓰레기소각장이라는 혐오시설을 선뜻 받아들인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때 시의 변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주민이 고작 270명에 불과한 마을이라고 해서 행정편의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시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구상했던 두 곳의 후보지가 모두 군부대의 동의를 얻지 못해 건축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제3후보지는 조건부동의를 받기는 했으나 땅값이 평당 100만원을 넘어 농산물판매장을 만든다 해도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계산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민들은 시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판매장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을 이제와서 핑계를 대려 한다고 믿고 있다. 시가 고의적으로 위약을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혐오시설 입지와 관련해서 얼마나 엉성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파주시는 요즘 '수복마을' 조성과 관련해서도 구설수에 올라 있다. 진동면 동파리에 실향민을 위한 정착단지를 만들면서 평당 3만원에 사들였던 땅을 8만원 씩에 분양해, 조성원가를 빼고도 두배를 남기는 땅장사를 한 게 아니냐는 실향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중이다. 이 경우에도 시로서는 입주민들을 위한 각종 사업을 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분양가를 그렇게 산정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비싼 분양가 때문에 입주기회를 놓친 실향민들로서는 분통을 터뜨리는 게 당연하다. 이 역시 치밀하지 못한 시의 '계산법'이 자초한 비난이다.
통일시대 중추도시로 한창 성장하고 있는 파주시로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본의와는 달리 주민들의 반발과 항의가 잇따르는 것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잘 해 보려고 한 일이 현실의 벽 때문에 빗나간 것을 나무라는 여론이 원망스러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행정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숙하려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내포리 농산물판매장 문제도 '어쩔 수 없는 위약'이라고 강변하기 보다는 주민의 편에 서서 풀어가는 태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