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후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해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오금이 저린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새털만큼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으로 서민들이 맞이할 올 겨울은 생각만해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난방비 등 생계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과 사회의 온정에 기대야 하는 복지시설의 원생들의 얼굴이 어둡다. 갈수록 사회의 온정이 줄어들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유난히 추운 이상기온으로 올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도 인색한 마당에 각박한 인심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민간차원의 지원도 예년같지가 않다. 도내 연탄사용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99년 12만5천168t에서 지난해에는 13만1천775t으로 늘었다. 선진화사회에 진입할수록 사용량이 감소되어야 옳은데도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소위 '달동네'에서의 연탄 사용량 증가 때문이다. 그만큼 살기 어려운 사람이 증가해 달동네로의 역전입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복지시설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현재 도내 행정기관에 신고된 고아원과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은 모두 79곳으로 5천5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는 물론 공식적인 통계다. 하지만 미인가시설이 신고시설보다 3배가량 많은 24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도내에만 최소한 2만여명이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올 겨울나기는 무척 힘겨울 것이다. 신고시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미인가시설의 경우 열악한 환경에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외부의 온정이 없으면 당장 추위와 배고픔을 겪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정부, 기업은 물론 중산층 가정 역시 나빠진 경제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하지만 그늘속의 소외 이웃들은 풍요와 빈곤의 차이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속에서 올 겨울나기에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두 어렵기 매한가지겠지만 이럴때 일수록 소외된 이웃에 눈길한번 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적지 않은 힘이 될수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복지시설은 물론 미인가 사회복지시설과 극빈층이 모여사는 달동네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겨울나기도 힘들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들의 겨울나기는 분명 지난해 겨울처럼 고되지는 않을 것이다. 올 겨울엔 소외 이웃에게 온정을 나눠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