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조정문제로 큰 혼란을 주었던 이번 수능시험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평균점수 큰 폭 하락, 점수분포도 비공개로 인한 입시지도 혼란에 이어 이번에는 건국대의 사회적 배려자 전형에서 인문계 변환표준점수 301점을 받은 학생은 합격한 반면, 325점을 받은 자연계 학생은 불합격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해외토픽란에 실릴만큼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은 올해 대입에서 자연계 응시인원이 지난해보다 무려 6만명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능등급은 전체 응시자수를 기준으로 한 인원비례로 결정되는데 자연계열이 인문계열보다 상위등급 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결과이다.
실제로 이번 수능에서 4등급 하한선은 자연계가 302.56인 반면 인문계는 276.48점으로 점수차가 무려 26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전국 80여개 대학이 인문계와 자연계의 교차지원을 허용하면서 인문계 학생이 난이도가 높은 자연계열의 수능을 보지 않고서도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진학이 가능한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의 수능자격기준 미달로 불합격한 지원자 가운데 인문계와 예체능계가 각각 23명과 3명이었던데 반해 자연계는 118명으로 81.9%를 차지했고 성균관대의 경우 81.8%, 한국외대는 86.7%가 탈락했다. 그만큼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학생들보다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혼란은 정시모집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조짐이다. 교차지원이 가능해 비록 점수는 낮아도 등급이 높은 인문계 학생은 원서를 낼수 있는 반면, 인문계보다 점수는 높지만 등급이 낮은 자연계 학생은 지원조차 할수 없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문과 이과 제도가 유지되는 2004년까지는 이같은 자연계 불이익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현재 고등학교 1, 2학년들이 겪어야 할 혼란은 벌써부터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수능시험 문제 난이도 실패, 그 이유 하나만으로 겪는 2002년 대학입시의 혼란상은 우리교육이 그동안 사상누각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능이 너무 어려워 중도에서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하고, 계열선택 잘못으로 억울하게 대학입시에서 떨어지는, 이런 어이없는 풍토속에서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끄러운가. 당국은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또한 자연계 기피현상으로 과학기술분야의 국가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서, 더 이상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