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해상순시선이 엊그제 괴선박을 격침시킨 것은 우리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다. 첫째, 침몰된 괴선박이 북한의 공작선일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점, 둘째, 일본의 순시선이 괴선박을 공격, 침몰시킨 해역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침몰된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일 것이라는 주장은 여러가지 정황과 근거로 보아 확실시되는 얘기다. 인양된 승무원 시신의 구명복에 한글이 적혀있고 지금까지 일본수역을 침범했던 북한 공작선과 형태가 같고 괴선박에 어로도구가 없었다는 점, 특히 괴선박 승무원들이 기관총을 난사하며 순시선을 공격한 점 등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공작선이 무슨 목적으로 일본해역을 침범했는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북·일관계는 수교교섭이 중단된 상태에서 최근에는 일본경찰의 조총련계 금융기관 수사로 급격히 냉각돼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북·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다. 북·일관계가 더 나빠지면 남북관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괴선박 침몰사건은 우리에게도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정부로서는 사태변화를 지켜보며 필요한 조치들이 무엇인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사항은 일본의 강경한 대응자세와 함께 일본의 과잉방어 내지 위법성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자국해역을 침범한 괴선박에 대해 총격을 가하며 추격했고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쫓아가 교전끝에 침몰시킨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정부가 “동중국 해역에서 일본이 군사력을 사용한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와 중국등 일본 주변국가들은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세를 염려와 함께 주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해외로 더욱 넓히고 군사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괴선박 사건'에서 일본이 보여준 대응자세도 이러한 일본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그 파장은 우리나라에도 미치게 마련이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일이나 중·일관계에도 외교적 마찰이나 대립상태를 가져올지 모른다. '괴선박의 침몰'사건은 일본과 중국 해역에서 일어난 남의 나라 일이지만 우리가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는 없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