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의 재정을 분리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말 그대로 거대야당의 횡포인가 아니면 국민을 상대로 실습중인 정책에 대한 불가피한 수술인가. 성탄전야의 우울한 소식에 접해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분명한 사실은 누더기 건강보험제도가 이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점이다.
물론 개정법률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재정분리를 기정 사실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급한 문제는 한나라당이 개정법률안의 본회의 처리를 연내에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내재되어 있다. 본회의 통과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사실상 건강보험의 재정통합 작업이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튼 건강보험제도를 둘러싼 행정과 국민적 혼란이 상당기간 불가피하게 됐다.
이제 혼란을 최소화시키는 길은 쟁점이 되었던 문제점들에 대한 정치적 선택과 판단을 조속히 내리는 것이다. 우선 소득재분배와 사회보험의 명분 때문에 현실적 여건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탄탄한 재정을 자랑했던 직장보험이 98년 이후 직장 및 지역의보 통합이 추진되면서 2조8천억원의 적립금을 까먹고 적자로 돌아선 현실도 중요한 정책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유리지갑을 갖고 있는 직장인과 소득 파악률이 30% 정도인 자영업자를 하나로 묶는 재정 통합정책이 왜 필요한가 하는 점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한다. 그 전제는 지역과 직장간의 이동하는 국민보다 지역보험의 주체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소득판단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점에 있다. 그리고 진료비의 40%를 국고에서 지원하여 흑자로 만든다는 지역보험정책이 올바른가 하는 점도 평등의 원칙에서 따져봐야 한다.
사실 제도와 정책에 대한 통합은 사회적 여건과 기반이 대체적으로 균등할 때에 그 효과가 크다. 그러나 현실적인 기반이나 여건에 큰 차이가 있는 경우 강제적인 통합은 내재된 모순과 부패를 감싸주는 역기능을 낳게 마련이다. 반발하는 지역과 세대 그리고 주체간에 갈등을 무시한 채 실험적 성격의 정책을 강행하기 보다 그 여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먼저다. 시간과 명분에 집착하여 분리와 통합이라는 흑백선택을 하기 앞서 과연 사회적 비용과 국민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해결책을 국민 앞에 내놓을지 여야 모두 반성할 때다.